며칠 전 한겨레가 근로복지공단의 2025년도 소송상황 분석 보고서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저는 그 기사에서 한 줄에 한참 눈이 머물렀습니다. 공단이 행정소송에서 진 비율이 23%까지 올랐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산재를 다루는 노무사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불승인 통지서 한 장 앞에서 무너졌던 분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담에서 “이제 끝난 거죠?”라고 묻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몇 달을 기다려 받은 결정문에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문장이 적혀 있으면, 대부분 그 문장을 사형선고처럼 읽습니다. 그러나 노무사로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불승인은 닫힌 문이 아니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출발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23%라는 숫자가 진짜로 말하는 것
보고서를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25년 공단 행정소송 패소율은 23%로, 2020년 13.1%에서 5년 만에 9.9%포인트 올랐습니다. 2024년 18.7%를 거쳐 다시 상승했습니다. 행정소송 5,332건 가운데 산재보험 급여 관련이 5,149건으로 96.6%를 차지했고, 그중 업무상 질병 사건이 3,919건이었습니다.
| 항목 | 수치 | 의미 |
|---|---|---|
| 2025 공단 행정소송 패소율 | 23% | 불승인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비율 상승 |
| 산재보험 급여 관련 소송 | 5,149건 / 5,332건 | 행정소송 대부분이 산재보험 급여 사건 |
| 업무상 질병 소송 | 3,919건 | 질병의 업무관련성이 핵심 쟁점 |
| 패소 사유 중 법령 해석 차이 | 50.2% | 공단 기준과 법원 기준의 간극 |
| 1심 패소 후 항소심 원심취소율 | 6% | 첫 재판 준비의 중요성 |
다만 이 수치는 전체 통계일 뿐, 어느 한 사건의 승인이나 승소 가능성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사건마다 질병명, 작업력, 노출자료, 의무기록, 감정 결과가 다르고 결론도 그에 따라 달라집니다. 통계는 방향을 보여줄 뿐, 개별 사건의 답이 되지는 못합니다.
공단은 ‘의학’을 보고, 법원은 ‘인과’를 본다
보고서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패소 사유였습니다. 공단이 진 이유의 50.2%가 ‘법령 해석에 관한 견해 차이’였습니다. 자료를 빠뜨려서 진 것이 아니라, 같은 사실을 두고도 공단과 법원이 법의 언어를 다르게 적용했다는 뜻입니다.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지점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입니다.
공단은 의학적 인과관계와 인정기준 고시를 중심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법원은 산재보험이 사회보장 제도라는 성격을 함께 봅니다. 의학이 단정적으로 확언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자의 작업 환경과 노출 이력, 발병 경위를 종합해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면 인과관계를 인정해 왔습니다. 의학적으로 완전한 증명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불승인 다음의 두 갈래, 누가 무엇을 맡는가
불승인 뒤 절차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행정심판 성격의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입니다. 이 단계는 공인노무사가 직접 대리해 의견서와 보강 자료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래도 다투어야 할 때의 행정소송입니다. 행정소송은 변호사의 영역이라, 저희 소백 노동법률사무소는 소송이 필요한 사건을 소백 법률사무소(변호사)와 연계해 신청 단계의 입증 설계가 법정까지 끊기지 않게 잇습니다.
중요한 것은, 법원이 쓰는 ‘규범적 인과’의 언어가 소송 단계에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청서와 심사 단계에서부터 같은 틀로 쌓아 두어야, 나중에 소송으로 넘어가도 그 자료가 그대로 힘을 발휘합니다.
불승인을 다시 여는 여섯 단계
- 불승인 사유서를 한 문장 단위로 해부합니다. 공단이 어느 요건에서, 어떤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막았는지 특정해야 다툴 지점이 보입니다.
- 작업력과 노출력을 숫자로 만듭니다. 근무 기간, 하루 작업 시간, 교대와 야간 빈도, 취급 물질의 농도와 노출 횟수를 표로 정리합니다.
- 의무기록을 발병 전후로 확보합니다. 공단은 기왕증을 인과 부정의 지렛대로 쓰곤 합니다. 그러나 기왕증이 있어도 업무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병을 악화시켰다는 논증은 가능합니다.
- 동료 진술을 확보합니다. 작업 환경은 본인 말만으로 서지 않습니다. 같은 공정에서 일한 사람의 진술이 사실관계를 떠받칩니다.
- 감정 전략을 신청 단계부터 설계합니다. 소송에서의 신체감정과 진료기록감정은 공단 자문의와 다른 의학적 시각을 열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둡니다.
- 법령과 판례로 틀을 세웁니다. 입증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자연과학적으로 완전한 증명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는 법리를 사건에 맞춰 적용합니다.
23%는 차가운 숫자입니다. 그러나 의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법이 언제나 같은 답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승인 통지서를 받은 그 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절망이 아니라 남은 절차의 기한과 다툴 지점을 차분히 확인하는 일입니다. 당신이 일한 현장은 이미 증거를 품고 있습니다. 그 증거를 법의 언어로 옮기는 일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참고법령
- 2025년 공단 행정소송 패소율 23%(2020년 13.1%, 2024년 18.7%), 출처: 한겨레 2026.6.9 단독 보도, 근로복지공단 2025년도 소송상황 분석 보고서.
- 행정소송 5,332건 중 산재보험 급여 5,149건(96.6%), 업무상 질병 3,919건, 출처: 동 보고서.
- 패소 사유 중 법령 해석 견해 차이 50.2%, 항소심 원심취소율 6%, 출처: 동 보고서.
- 상당인과관계 판단 근거 조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이 글은 일반적인 노무·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승인이나 승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구체적 판단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백 노동법률사무소 · 손원일 공인노무사
산재 신청부터 심사청구, 재심사까지 같은 노무사가 직접 동행하고, 행정소송이 필요한 사건은 소백 법률사무소(변호사)와 협업합니다. 상담 02-2138-30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