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 칼럼

자살 산재, ‘사회평균인이라면 버텼을까’라고 묻는 순간 놓치는 것들

산재 사건 중에서도 자살 산재는 유족에게 가장 가혹한 절차입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족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더 힘든 것은 그 설명이 종종 “통상의 업무 범위”, “개인적 취약성”, “원래 예민한 성격”이라는 말 앞에서 멈춰 선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말들이 사건을 어떻게 비트는지를 가까이에서 봅니다.

오마이뉴스가 2026년 6월 15일 보도한 근로복지공단 자살 산재 소송 자료는, 이것이 체감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판정 단계에서는 좁게 보고, 법원 단계에서는 상당수가 뒤집힌다는 사실입니다.

연도 총 판정 인정 인정률
2021 52.78%
2022 45.8%
2023 87건 38건 43.7%
2024 108건 34건 31.5%
2025 80건 30건 37.0%
표 1.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자살 사건 인정률 추이 (오마이뉴스 2026.6.15 보도, 2021~2022년은 인정률만 제시)
선고·종결 총 소송 실질 패소(패소+취하) 실질 패소율
2023 17건 8건 47.1%
2024 31건 16건 51.6%
2025 30건 12건 40.0%
총합 78건 36건 46.2%
표 2. 근로복지공단 자살 사건 소송 내역 2023~2025 (오마이뉴스 2026.6.15 보도, 2025년 평균임금정정 1건 제외)

판정위의 자살 사건 인정률은 2021년 52.78%에서 2024년 31.5%까지 떨어졌고, 2025년에도 37%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자살 산재 소송 78건 중 36건, 즉 46.2%에서 공단이 실질적으로 졌습니다. 특히 2024년 소송의 실질 패소율은 51.6%로, 같은 해 전체 유족급여 사건의 패소·취하율 35.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자살 사건에서만큼은 공단과 판정위가 법원이 보는 업무관련성의 폭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질문의 방향이 사건을 결정한다

핵심은 질문의 방향입니다. 자살 산재를 볼 때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이 정도 일로 자살했을까”라고 묻기 시작하면 사건은 쉽게 왜곡됩니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 성격, 병력, 직장 내 위치, 견딜 수 있는 압박의 정도가 다릅니다. 산재법이 보호하려는 사람은 추상적인 평균인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터에서 일하던 바로 그 근로자입니다. 그래서 던져야 할 질문은 “평균인은 버텼을까”가 아니라 “이 근로자가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의 흐름 속에서 왜 무너졌는가”입니다.

‘개인적 취약성’이라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 말은 때때로 공단 결정서에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문장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취약성은 탈락 사유가 아니라 분석해야 할 사정입니다. 허리가 약한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 들다 디스크가 악화되었다면, “원래 허리가 약했다”는 말만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도 같습니다. 기존의 불안이나 완벽주의가 있었다면, 오히려 업무상 압박이 그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202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도 중요합니다.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바뀌었습니다. 자살 산재를 순수한 의학 문제로만 보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진단명만 볼 것이 아니라, 업무 사건과 정신질환, 치료 경과, 사망 전 행동 변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감정적 호소’를 ‘시간순 인과관계’로 바꾸는 일

유족 입장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억울함을 시간표로 바꾸는 것입니다. 언제 업무가 바뀌었는지, 누가 어떤 질책을 했는지, 정규직 전환 불가나 배치전환 같은 인사 사건이 언제 있었는지, 그 뒤 수면과 식사, 진료기록, 약물처방, 가족에게 한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사망 직전 3개월, 6개월, 1년을 나누어 보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업무량의 변화, 책임의 증가, 상급자의 말, 동료와의 갈등, 평가나 계약 갱신 문제, 병원 진료 시점, 주변인이 본 이상 징후를 같은 표 안에 놓으면 사건의 흐름이 보입니다. 법원은 단편적인 한 장면보다, 여러 사정이 쌓여 정신질환을 악화시킨 과정을 봅니다.

또 하나, 판정위 단계부터 법원의 언어로 준비해야 합니다. 판정위 운영 규정은 심사·재심사·법원 판결로 취소된 사례를 분석해 같은 판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3개년 실질 패소율 46.2%라는 수치는 그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합니다. 유족은 판정위가 알아서 법원 기준을 반영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처음부터 판례가 요구하는 구조로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신청과 판정위 대응은 공인노무사가 함께하고, 소송 단계는 소백 법률사무소(변호사)와 연계해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잇습니다.

자살 산재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개인 문제였다”입니다. 물론 모든 자살이 산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결과를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업무 스트레스가 정신질환을 만들거나 악화시켰고 그 질환이 자해행위로 이어졌다면, 법은 그 연결고리를 보아야 합니다. 유족이 할 일은 고인의 삶을 평균인의 잣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인이 실제로 겪은 일터의 압박과 무너짐의 과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 곁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참고법령

  • 판정위 자살 사건 인정률(2021년 52.78%, 2024년 31.5%, 2025년 37.0% 등) 및 소송 실질 패소율(2023~2025년 78건 중 36건, 46.2%; 2024년 51.6%): 출처 오마이뉴스 2026.6.15 보도.
  • 2024년 전체 유족급여 사건 패소·취하율 35.1%: 동 보도.
  •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이 “상당인과관계”로 변경: 202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
  • ‘사회평균인’이 아닌 ‘당해 근로자’ 기준, 개인적 취약성 법리: 업무상 정신질환·자살 산재 관련 판례 일반 법리.

이 글은 일반적인 노무·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구체적 판단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백 노동법률사무소 · 손원일 공인노무사
업무상 정신질환·자살 산재의 신청과 판정위 대응을 같은 노무사가 동행하고, 행정소송이 필요한 사건은 소백 법률사무소(변호사)와 협업합니다. 상담 02-2138-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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